이번 후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음식점 후기이다.
나는 어렸을 때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이라는 만화를 즐겨봤다.
특히 콩나물국밥편이 가장 긴 여운을 남겨줬다.
이유는 모르겠다. 그냥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. 주기적으로 찾아봤고 언젠가는 저 삼백집을 꼭 가보겠다는 다짐을 했었다.
하지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. 우선 전주를 갈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주 근처인 군산까지 갔을 때도 일정이 너무 빠듯해 먹으러 갈 수가 없었다. 맛이 변했다 옛날같이 않다 차라리 옆 어디어디가 낫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 맛없어지기 전에 가봐야 할텐데..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.
그러다가 전주를 여행 약속을 잡았고 가장 먼저 삼백집이 떠올랐다. 전주여행의 기대감에 있어서 50%는 삼백집이었던 것 같다.
그렇게 전주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간 음식점이 삼백집이었다. 아닐수도 있지만 그랬을 것이다.
들어가보면 식객 콩나물국밥편 사진이 한장 걸려있다. 만화 한편을 보고 찾아간 국밥집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고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뻔 했다. 내 인생에서 두손에 꼽을만큼 행복했던 순간이었다.
내가 주문한 음식은 당연히 콩나물국밥에 모주 그리고 고추만두였다. 고추만두는 괜히 한번 시켜봤는데 정말정말정말 맛있었고 시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사이드 메뉴였다. 적당한 매콤함이 만두의 느끼함을 싹 잡아줬다. 맵찔이인 동행자가 맛있게 먹을 정도니 가게되면 꼭 시켜먹는 것을 추천한다.
콩나물국밥은 감동 그 자체였다. 나는 평소에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것을 좋아한다.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을땐 한참을 떠들며 밥을 먹는다. 항상 청와옥을 같이 가는 친구 안모씨와 밥을 먹을때처럼 말이다.
하지만 이 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. 맛도 당연히 최고였지만 그냥 항상 바라오던 그런 식당에 왔다는 사실 때문일까 음식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.
그렇게 한참을 밥에 집중해서 먹었다. 평소에 바라는 것을 이루고 나면 허무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.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으며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줬다. 그냥 밥을 먹으며 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.
다른 사람들에게는 맛이 변하고 별로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맛집을 꼽으라고 하면 잠시의 고민도 없이 삼백집을 선택할 것이다.
이런 행복을 가져다 준 허영만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싶다. 요즘 TV에 자주 나오시는 것 같던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한다.
혹시나 위 사진이 저작권에 걸린다면 삭제하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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